
긴 추석 연휴가 있었다. 누군가는 여행을 떠났고, 누군가는 미뤄둔 일을 했다. 나는 후자였다. 안검하수 수술을 했다. 지긋지긋하게 미뤄왔던 일이었다. 성형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게 묘했다. 내가 이런 걸 하는 사람이었나 싶기도 했고, 어쩐지 스스로에게 낯선 선택을 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회복한 지금은 만족한다. 거울을 볼 때마다 아직은 어색하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익숙해지겠지. 시간이 그렇게 만들어줄 것이다.
연휴 동안 미뤄둔 책들을 읽었다. 요즘 책을 많이 읽게 된다.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책을 읽는 동안만은 기분에 휩쓸리지 않는 느낌이 든다.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활자를 따라가는 동안, 나는 내 안에 고요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세상의 해상도가 넓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한 문장이 다른 문장과 연결되고, 어떤 생각이 또 다른 생각으로 이어지면서,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조금 더 선명해지는 느낌.
소중한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여름의 열기가 가라앉고, 겨울의 냉기가 오기 전, 이 짧은 균형의 시간. 나무들은 물들고 지고, 바람은 서늘하고, 하늘은 높다. 창밖을 보던 시간들, 책장을 넘기며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오던 오후들. 그런 순간들이 쌓여 10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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