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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월말정산 창밖으로 오토바이가 지나간다. 엔진 소리가 귀를 찢을 듯 거슬리지만, 이제는 그저 참는다.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숨을 고르고, 다시 내 시야 앞으로 돌아온다. 2년 전의 나와 달리 나는 많은 것들을 참을 수 있게 되었다. 참는 것과 견디는 것의 차이를 아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매일 그것을 하고 있다.버스를 타고 그 장소를 지나간다. 자전거 가게도 아무렇지 않게 지나친다. 정말로 아무렇지 않은 건지,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건지 구분이 안 될 때가 있다.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결국 이렇게 내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날카로웠던 것들의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어 버린다. 친구들의 카톡이 쌓여간다. 2달째 답을 하지 않았다. 마음이 힘들다고 했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진실도 아니다. 별 일이 있는.. 2025. 11. 30.
10월 월말정산 긴 추석 연휴가 있었다. 누군가는 여행을 떠났고, 누군가는 미뤄둔 일을 했다. 나는 후자였다. 안검하수 수술을 했다. 지긋지긋하게 미뤄왔던 일이었다. 성형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게 묘했다. 내가 이런 걸 하는 사람이었나 싶기도 했고, 어쩐지 스스로에게 낯선 선택을 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회복한 지금은 만족한다. 거울을 볼 때마다 아직은 어색하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익숙해지겠지. 시간이 그렇게 만들어줄 것이다.연휴 동안 미뤄둔 책들을 읽었다. 요즘 책을 많이 읽게 된다.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책을 읽는 동안만은 기분에 휩쓸리지 않는 느낌이 든다.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활자를 따라가는 동안, 나는 내 안에 고요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세상의 해상도가 넓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한 문장이 다른 .. 2025. 11. 20.
9월 월말정산 9월에도 출장은 이어졌다.그리고 새로 온 팀장과의 일이 있었다. 갈등이라고 부르기엔 일방적이었다. 그 사람은 내 업무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았고, 업무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본인도 그걸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더 예민했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나를 따로 불러내 1시간 동안 기분이 나빴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앞으로 어떻게 같이 일하면 좋을지 물었지만 답은 없었다. 그 사람이 원했던 건 해결이 아니라 권위였다. 팀장이라는 자리가 주는 무게를, 나를 통해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결국 나는 그 팀에서 나왔다. 정확히는 내보내졌다.심리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자존심도 상했다. 내가 뭘 잘못했나 곱씹어보고, 또 곱씹었다. 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어떤 상황은 내가 아무리 잘해도 풀리지 않는다는 걸 배웠다. .. 2025. 11. 20.
8월 월말정산 짐을 싸고, 풀고, 다시 캐리어를 꾸리고, 낯선 호텔 방 천장을 마주하기를 반복했다. 집보다 집이 아닌 곳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새 집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출장을 다녀야 했고, 돌아오면 또 짐을 챙겨 어딘가로 떠났다. 새로운 주소지에서조차 '잠시 머무는 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무더위는 모든 것을 끈적하게 만들었다.나를 구원한 것은 거대한 사건이나 인연이 아니었다. 오직 나 혼자 행하는, 아주 사소하고도 절대적인 의식. 바로 샤워와 선풍기 앞의 시간이었다.나는 8월 내내 샤워를 기다리며 살았다. 머리를 감고, 손끝에서 거품이 사라지며 물이 따라 내려가고, 마치 하루의 일부가 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볍게 물기를 털고, 얇은 반팔과 반바지를 입은 채, 선풍.. 2025. 11. 20.
떠나려 하는 모든 이에게 모래 위를 자근이 밟고 지나가면, 파랗게 상한 발끝에 후회 대신 평안이 있었으면, 바다를 하염없이 떠돌다가 뭍에 닿으면, 무거운 눈꺼풀 위에 휴식이 있었으면 좋겠다.속도 모르고 떠오르는 태양보다, 가슴속 촛불, 양촛물이 흐르는 그 불을 지키자. 2024. 8. 18.
2024.8.24 낯선 도시에 온지 1년이 넘었다. 작년의 가을은 내 인생의 정점이었으며, 동시에 추락의 시작이었다. 지난 시간들은 내 인생을 통째로 흔들리게 했으며, 겨우 갈망하게된 미래 또한 다시 장막속으로 가리우게 만들었다. 나는 하루에도 천 번이 넘게 다짐했다가, 천 번이 넘게 절망한다. 또 다시 마음에 묻어두었던 물음에 잡아먹히고만다. 잠깐의 행복을 위해서 고통을 견뎌야 할 뿐인 삶을 지속하는게, 그럼에도 살아야만 하는 것인지. 진실이 무엇인지, 거짓으로 점철된 하루 하루를 고이 접어 묻고 또 묻는다.  손톱이 하얗게 될 정도로 두 손을 꼭 마주잡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격앙된 영혼으로 묻는다. 아버지, 정말 제 곁에 계신건가요. 정말 제 곁에 계시다는 확신 한번만 주세요. 제가 삶을 지속할 용기를 주세요. 2024.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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