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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정산/2020

4월, 5월 월말정산

by _hailey 2020. 5. 31.

 

 

밀프렙하며 보낸 두달

 

 

열심히 먹고, 운동한 두달이었다. 그나저나 왜이렇게 빨리 지나간건지, 내가 달리는동안 시간도 함께 달렸나? 

 


 

4월, 처음으로 혼자 토요일 당직을 섰다. 아니 왜 1인 당직에 막내를 배치하나 싶었지만 한가할때니 별일 없을걸로 예상하고 하신거겠지. 그리고 예상대로 무사히 당직근무를 마쳤다. 애초에 퇴원이 별로 없기도 했지만, 정말로 사무실에 나혼자밖에 없어서 좀 무웠서다. 날따라 전공의의 문의전화는 왜이렇게 많이 오는지.. 프로인척 하느라 혼났네.  

버킷리스트 모임에 들어갔다. 좋아 목표지향적인, 목표지향적이고싶은 사람들이 모이기에 최적의 모임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최종적으로 100개의 목표를 세우는건데, 아직 100개까지 못채웠음에도 사람들과 공유했다. 다른사람들의 버킷리스트를 참고해서 내껄 더 단단히 작성할수도있으니까.

노션이라는 어플을 잘 사용했다. 업무 메뉴얼 정리에 사용할 메모 프로그램이 필요해서 둘러보던중 에버노트를 대체하는 핫한 어플리케이션이라길래 사용해보았다. 대학생때 에버노트를 잘 사용했던 기억이 있어서 기대감을 가지고 사용해봤는데, 아주편리하다. 회사 컴퓨터에서도 사용할수있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그건 안된다고 한다. 전산팀 선생님 왈, 회사에서 사줘야죠.. 잡생각과 메모,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데 아주 유용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수영장이 모두 문을 닫아 강제로 수영을 쉬는동안 부족했던 근력을 기르자는 생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몰라서 PT를 받기로 했다. 집앞 헬스장에 나가서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오만 잡생각이 다 들었다.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정말 운동을 안하고 살았구나 싶은 마음이 들어 절망적이었다. 절망적인 와중 가장 절망적인것은 트레이너는 나에게 살이 많다고 정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나 자신은 그냥 사람답게 잘 사는 체중이라는 사실을 마치 불변의 진리처럼 믿고 있어서 별로 정신적 타격이나 동기부여가 없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근력을 기르자 건강해지자 말고 다른 목표가 필요했다.

어렸을때 아버지 따라서 등산도 많이 해보고 체력이 없던 편은 아니었는데, 운동으로서 내가 이루고 싶었던것이 없었나? 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학창시절, 가장 싫어하는 과목으로 체육을 꼽던 것에 비해 점수는 대부분 좋았고 심지어 팀으로 하는건 항상 1등을 이끄는 주역이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특히 오래달리기와 줄넘기는 내 주력 종목(!) 으로 언제나 1등(기록에 관계없이)을 놓치지 않았었다. 그래 나는 어렸을때도 완전 악바리였구나.. 근성빼면 시체인 나, 마라톤 출전에 대한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마라톤 출전을 선언하고 런닝머신 위에 올랐지만, 달리기는 커녕 뛰는 걷는 자세부터 교정해야했다.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런닝머신이 부서질것 같은 무게감에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체지방을 빼고 근육을 늘리면 가볍게 달릴 수 있을거라는 트레이너의 말 한마디에.. 목표를 설정하고, 시작이 반이면 나머지는 꾸준함으로 완성된다. 

빨리걷기부터 시작해 꾸준히 달려 지금은 5분 중반대의 페이스로 30분 넘게 내리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런닝머신이랑 트랙이랑 뛰는 느낌이 너무 달라서 (거기다 런닝머신은 속도, 야외 트랙 GPS는 페이스로 측정이 된다.) 처음에 페이스 조절을 못하고 금방 지치기 일쑤였는데, 이제 연습의 루틴을 찾아가는 중이다. 좀 극단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음악대신 메트로놈을 들으면서 뛴다. 페이스 조절에 이것만한게 없다. 

약 10km정도를 매일 달리니 무릎과 장요근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보행습관도 발도 균형이 안맞는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통증도 있고, 런닝화도 구매해야겠다고 생각한 찰나에 먼저 발에 대해 알아야겠다 싶어 발 분석을 할 수 있는 런닝화 판매점에 갔다. 아니나 다를까 양쪽 다리길이도, 발의 크기도 다르고 거기다 평발이었다.. 심하진 않지만 걸을때 지속적으로 과내전되는 경향이 있어 일반 런닝화보다는 안정화를 신어야 한다고 해서 직접 신고 뛰어보고 추천해주시는 런닝화를 구매했다. 분석을 받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발도, 무릎도 훨씬 통증이 덜하고 안정적으로 달리게 됬다는 느낌을 받는다. 

 


 

난생 처음 목표가 있는 다이어트의 시작, 다이어트의 8할은 식단조절, 이게 진짜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평소 먹고싶을때 먹고싶은거 먹고, 안먹고싶으면 아예 굶고 아주 마음대로 살던 내 식습관에 건강하게 챙겨먹기란 진짜 곤욕이었다. 끼니챙기기 귀찮아서 우유나 식사대용 쉐이크를 마시고,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꼽아봐야 쌀국수, 새콤달콤, 데자와, 젤리, 요거트, 우유 정도밖에 생각이 안나고 외식이라고 해봐야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살았으니. 거기다 단백질을 먹어야 하는데 애초에 육류를 잘 찾아서 즐기지를 않으니까. 여기까지 생각하니 그냥 다 먹기싫었다. 차라리 굶고싶은데 그것도 안되고. 나에게 필요하게 잘 챙겨먹는게 이렇게 힘든일인줄 몰랐다 정말. 

그래서 처음엔 다이어트 도시락과 샐러드를 사서 먹었다. 냉동된 도시락인데,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을 수 있어 편리했다. 하지만 지속하기엔 가격이 저렴한 편이 아니라, 돈이 많이 들고(그래도 밖에서 외식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긴 하다.) 물린다고 해야할까. 일단 맛이 없다. 맛을 그렇게 따지지 않는 편인데도, 역한 느낌이 많았다. 그래서 내가 만들어 먹기로했다. 식재료를 사서, 탄수화물, 단백질만 한끼를 계산해서 (지방은 탄수화물을 정하면 어느정도 따라온다.) 조리해서 담았다. 다이어트 도시락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매주 다양하게 먹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두달동안의 주말 루틴으로 냉장고의 재료를 정리하고, 밀프렙 계획표를 짜서 조리하는 일을 했다. 

솔직히 재밌었다. 식재료를 어떻게 보관하고, 활용하고, 조리하는지 감도 익힌 것 같다. 무엇보다 가공되고 조리된 것을 멀리하니 소화가 편했다. 어렸을때부터 역류성 식도염이 있어 신물 올라오는 것때문에 고생을 했는데, 최근엔 취침 전 더부룩 하거나 신물 올라오는것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도 알게되었다. 나는 배가 부른 느낌을 정말 싫어한다는 것이다.

외식을 하게되면 정해진 가격을 지불하고 정해진 양을 구입하게 된다. 그것은 내가 식사에 필요한 양과 관계없이 1인분이다. 그렇게 그릇에 담겨있는 양이 1인분이기 때문에 배가 불러도 더 먹게되는 일이 비일비재 했던 것이다. 그래서 먹고나면 자극적인 것에 맛있다고 느끼면서도 지나치게 배부른 느낌에 불편해하고, 또 많이 먹었다는 생각에 자괴감을 느끼는 일도 많았다. 그전엔 배가 불러도 1인분을 다 먹기 일쑤였는데. 밀프렙을 하면서 영양소를 찾아보고, 계량하면서 내 식사량도 알게되니 배가 부르다면 더이상 먹을 필요도 이유도 없다 라는생각이 들어 숟가락을 내려놓는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그리고 한주를(처음엔 매일매일 준비했는데 귀찮아서 주말에 몰아서 밀프렙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가오는 시간을 그냥 닥쳐서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일 뭘 먹고 무슨 활동을 할지, 미리 계획하고 준비한다는 점에서 시간에 대한 통제력이 상승한 느낌이 드니 자존감까지 높아졌다. 

코로나 때문에 외식이나 식당에서 밥먹는 일이 쉽지 않아지면서 도시락 준비에 대한 컨텐츠도 많아져 밀프렙이나 도시락 준비에 참고할만한 영상이나 사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처음 밀프렙을 시도하는게 어렵고 힘들지 않았던 것 같다. 시행착오야 있었지만, 이제는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 탄수화물, 단백질로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있고 내가 먹고싶은건 이건데, 다음주 도시락은 뭘 준비할까? 라는 마음으로 주말을 맞이한다. 아마 다이어트가 끝나고 코로나가 잠잠해져도 밀프렙을 지속하지 않을까 싶다. 

 


 

5월 월말정산을 쓰는 지금 현재 체중은 50kg이다. 이태원발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헬스장에 가지 못해 인바디 측정을 한지는 한달이 넘었지만 확실한건. 살이 너무 빠졌다. 다이어트를 더 할생각은 솔직히 없는데, 런닝의 강도를 늘리니 소비 칼로리 양이 많아지면서 꾸준히 감량되고있다. 지난주부터는 식단에 빵을 조금씩 더 추가해 먹고있다. 

몸도 가볍고 소화도 잘되고 붓지도 않고 다 좋은데 문제는 기존에 있던 옷들이 다 안맞는다. 지나치게 크다. 몇달전 미니멀라이프를 위해 옷정리를 끝낸 나인데, 내가 좋아하는 옷들만 남겨놨건만, 그 옷들을 모두 수선해야했다. 옷을 사기도 했는데, 인터넷 쇼핑을 주로 했고, 체중 변화가 크게 없었어서 사이즈 선택에 어려움이 없었는데(무조건 L!!) 살이 계속 빠지니 내가 바지 몇사이즈를 입는지도 모르겠고 심지어는 무조건 S사이즈를 사도 사이즈가 남는 사태가 일어났다.. 항상 L만 입다보니 내가 허리가 얇고 골반이 좀 있는 체형이란걸 생각하지 못했다. 결국 새로 산 옷도 수선했다. 잘못 수선해서 버린옷도 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좀 스트레스가 있었다.

 


 

습관 만드는데 관심이 생겼다. 의도하지 않게 5시에 일어나는 습관이 생겼는데, 방 청소를 하느라 블라인드를 모두 걷어놓고는 취침전에 안내렸더니 창으로 아침 햇살이 들어와 밝아진 환경에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니 휴일에도 다섯시에 자동으로 눈이 떠지고 블라인드를 쳐서 어둡게 해도 5시에 잠에서 깨어난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출근 버스를 타기까지 시간도 남아서 아침에 스트레칭 두가지를 하고 오트밀을 먹고 씻고 짧게 영어공부를 하고 출근을 한다. 3주정도 되었다. 기상시간이 정해져버리니 (정말 피곤해도 5시에 깨어난다) 늦게 자면 잠이 짧아져 출근길이 조금 졸립긴 하지만 정말 의도하지 않게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버려서 남은 시간에 다른 좋은 습관을 들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한것이 영어 라디오를 듣고 짧게 작문을 해보는 것이다. 정말 사소한 습관의 시작에서 큰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걸 아는데, 이 습관은 어떤 방향으로, 어떤 힘으로 뻗어 나가게 될까? 데일리 리포트를 쓸때마다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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