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을 지난했다고 닫으면서 이번 달을 시작했던 거 같은데, 어느새 마무리다. 조용할 날이 없는 세상 속 조용하게 보냈다. 다시 공부도 하고 글도 쓰면서. 친구도 만나면서. 소중한 사람들.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해가 다 져가면 사람을 찾게 된다. 결국엔 혼자 일어서야 하는 세상이라도 마음속에 사람과 사랑을 품는다. 언제나 그랬다. 앞으로도 그렇겠지.
1년간 길렀던 머리카락을 잘랐다. 중간에 한차례 정리하긴 했지만 허리 중반께까지 길었던 머리를 묶이지 않을 정도의 길이로 잘랐다. 일명 똑단발인데 촌스럽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단정한 느낌이 마음에 든다. 주변에선 역시나 갑자기 자른 머리에 놀라고 어색하지 않아서 더 놀랍다고 하는 걸 보면 나름 잘 어울리는 듯하다. 조금 더 있다가는 다시 쇼트커트을 해볼까 생각한다. 목도리를 두른 아래로 긴 머리칼이 늘어져 있거나, 돌돌 말아 올려 깔끔하게 상투 튼 머리를 하고 차가운 귓불 아래로 목도리를 하는 모습을 상상했던 겨울과는 또 다르다. 얼어 죽어도 코트만 입었는데, 다시 입지 못할 것만 같던 롱 패딩을 사고. 아메카지 스타일로 벙벙하고 귀여운 옷들만 찾았는데, 포멀하고 각 잡힌 옷들만 찾는다. 재밌어 참.
올해도 카페쇼에 다녀왔다. 행사메이트와 함께.. 코로나 때문인지 작년보다 규모가 줄어든 것 같았다. 언제나 다 못 둘러본 채로 나왔는데, 관람을 늦게 시작했는데도 다 둘러보고 종료시간 전에 나왔다. 올해도 역시나 건강차 하나 업고, 타바론에서 기프트 세트를 구매했다. 공부차도 있었지만 다음날이 다도수업이 있었어서 논현동에서 구매할 생각으로 그냥 지나쳤는데, 다음날 수업에 안 가게 될 줄 알았더라면 홍차를 벌크로 구매해둘 걸 그랬다. 카페쇼라 할인되는데 아쉽다. 카페인을 줄이려고 차를 많이 마시는데 각성 효과를 노리고 마시다 보니 오히려 더 과량 섭취가 되는 기분인 듯하기도 하고.. 아무튼 여러 차 브랜드를 구경하고 메인인 커피 전시장은 이번엔 훑어보듯이 지나왔다. 내년엔 마스크 없이 편히 시음하고 관람할 수 있게 되기를.
F45 6시 30분 수업을 꾸준히 들으려고 노력했다. 이 아침운동을 습관화 하고싶었는데, 3주째 되던 날 다리가 더 이상 못 버티게 아파서 진료를 봤더니 운동 쉬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미세 골절이라는 언급을 하면서 다리뼈 발목뼈 무릎까지 전체가 멍든 거나 마찬가지인 상태라고.. 또다시 깁스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진료 본 날부터 일주일간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서 쉬었는데, 정말 무료했다. 운동을 안 해서 라기보다 그나마 하루를 채웠던 성취감이 없어져서 힘들었던 것 같다. 일주일하고 삼일을 꼬박 채워 휴식한 다음 토요일 1시간짜리 프로그램으로 운동을 재개했다. 하루 30분 땀 흘릴 정도의 강도로 운동하고 출근하는 게 좋다. 덕분에 핸드백 대신 맨날 커다란 운동가방을 들고 다녀야 하지만. 하기 싫어했던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하루씩 병행하다 보니 상체 근육도 늘고 언제가 되면 할 수 있으려나 싶던 푸시업과 턱걸이도 많이 늘었다. 역시 잘 못하는 건 잘 안 해봐서 그런 거야. 하는 게 중요하다. 시작이 반. 나머지 반은 꾸준함으로 완성된다.
베이킹 수업을 들었다. 빵과 디저트를 워낙에 좋아하니까, 한번쯤은 만드는 걸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운동을 쉬는 참에 실천하게 되었다. 치즈 타르트와 얼그레이 스콘을 만들어 보았다. 둘 다 어렵지 않았지만 처음 해보는 거니까, 유튜브 보고 멘땅에 헤딩하듯이 따라 하기보다는 직접 수업을 듣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역시 보는 것보다 실제로 해보니 어렵지 않은 편에 속하는 과정인데도, 생각보다 힘도 많이 들어가고 내가 생각한 반죽의 감촉이 아니어서 놀랐다. 들어가는 재료의 양을 보니 왜 그렇게 칼로리가 높은 지도 알게 되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넣는데 맛있다. 전혀 과하지 않다. 연말에 코로나 때문에 모임도 거의 없을 테니 집에서 천천히 해봐야겠다.
처음으로 뮤지컬을 보았다. 내한공연으로 하는 캣츠 였는데, 다도모임 하는 언니가 거의 데려가 주다시피 해서 보게 되었다. 자주 볼 수 없고, 유명한 작품이니 만큼 뮤지컬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았다면 더 즐겁게 관람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밴드 공연이나 연극은 자주 본 편인데 뮤지컬은 영화로도 잘 보지 않는 편인 내가 재밌게 관람했으니.. 사람이 연기를 한다는 생각보다 정말 커다란 고양이 같았다. 정말 많이 연습해야 했을 것 같다. 그런데 작품이 작품이니 만큼 스토리라고 부를만한 게 없고 거의 노래만 부르다 끝났다. 가장 유명한 넘버인 memory를 중간에 한국어 가사로 불러준 점이 기억에 남는다. 이것을 계기로 다른 뮤지컬도 관람해보고 싶다.
외부의 인정 없이 개인적인 성취감으로 열심히 일하는 것에 대해 회의감이 들던 요즘이었는데, 우연히 정말 오랫만에 그와 통화하고 나서 마음이 편해졌다. 며칠 전 음성 녹음을 발견한 뒤로 무슨 용기였는지, 먼저 전화를 걸었다. 그는 여전히 열심히 살고.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 돈이라는 보상을 받는 만큼 열심히 일하는 것도 큰 기쁨이다 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 일명 월급 루팡, 꿀 빨지 않으면 어리석게 산다고 평가되는 것이 만연하니, 나는 일이 재밌고, 열심히 하고 싶고 업무 능력과 결과를 향상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내가 정말 어리석은 걸까, 고지식한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조직에 속해 일하면서,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고, 내가 잘한다고 일이 무조건 잘 풀리는 것도 아니기에, 적당히 이런 벽들과 내 욕심을 타협시켜야 한다는 건 안다. 길게 가려면 더욱더. 하지만 요즘 주변에 자기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몇 없었다는 걸 그와 통화하면서 문득 깨닫고 나서, 정말 오랜만에 별나고 특이한 사람이 아니라. 이런 고지식해 보일 수 있는 마음들을 이해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소중한 인연이 맞다.